판타지 웹소설 연재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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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의심의 칼날 아래, 생존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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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는 떨리는 손으로 창을 꽉 쥐고 나무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햇살 아래 그의 찢어진 양복은 더욱 초라해 보였다. 마을 주민들의 시선은 마치 칼날처럼 그의 온몸을 훑었다. 특히 그가 손에 든, 고블린의 이빨이 박힌 조악한 창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늙은 마을 주민 “길을 잃은 여행자라고? 이 깊은 숲 속에서, 그런 옷차림으로? 그리고 그 손에 든 것은 또 무엇인가?”

노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밭에서 일하던 다른 주민들, 심지어 아이들조차도 그의 모습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김형수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 말을 잘못하면 당장이라도 공격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김형수 “저는… 저는 이곳에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밤새 숲을 헤매다 겨우 살아남았고, 저 창은… 숲의 짐승으로부터 저를 보호하기 위해 급히 만든 것입니다.”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버스 사고’나 ‘이세계’ 같은 말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다만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떨어졌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노인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늙은 마을 주민 “짐승이라니… 숲의 짐승치고는 그대가 너무 멀쩡해 보이는군. 그리고 그 옷은 어디 세상에서 왔기에 이리도 요상한가?”

김형수 “제 말을 믿어주십시오. 저는 단지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어젯밤에는 저를 공격하는 작은 괴물을 겨우 물리쳤습니다. 그래서 저 창을 만든 것입니다.”

김형수는 ‘괴물’이라는 말에 노인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든 창을 조금 더 들어 올려 보여주었다. 날카로운 고블린의 이빨이 햇살에 희미하게 반짝였다.

젊은 마을 주민 “괴물이라니… 고블린이라도 만났다는 건가? 그런데 그대 혼자서?”

밭에서 일하던 건장한 청년 하나가 피치포크를 고쳐 쥐며 나서자, 노인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노인의 시선은 김형수의 초췌한 얼굴과 찢어진 옷, 그리고 창에 박힌 이빨을 번갈아 살폈다. 그의 눈썰미는 김형수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날카로웠다.

늙은 마을 주민 “고블린의 이빨이군… 제법 솜씨가 좋았나 보네. 허나, 이 숲은 낯선 자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 법. 우리 마을 또한 마찬가지다.”

노인은 잠시 침묵했다. 김형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 순간이 그의 운명을 결정할 터였다. 그는 문득 인벤토리에 있던 숲돼지 고기가 생각났다. 생존을 위해 사냥했던, 그리고 막 구워 먹었던 그 고기. 그의 가장 확실한 증거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형수 “저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숲에서 사냥한 고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숲돼지를 잡았습니다. 결코 해를 끼치려 온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구워진 숲돼지 고기 한 덩이를 꺼냈다. 따뜻한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고기가 그의 손바닥 위에 놓이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작은 술렁거림이 일었다.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마을 쪽으로 흘러갔다. 특히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늙은 마을 주민 “숲돼지 고기… 제법 크군. 이 정도로 험한 숲에서 사냥을 했단 말인가?”

노인의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진 듯 보였다. 고블린의 이빨과 숲돼지 고기. 이 두 가지는 그가 숲에서 살아남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숲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것은 그가 마냥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늙은 마을 주민 “좋다. 일단 마을로 들어와라. 허나, 우리 마을의 규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름이 뭔가?”

김형수 “김형수입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김형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다른 주민들에게 시선을 보내며 손짓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적대적인 기색은 없었다. 노인은 밭에서 일하던 청년에게 지시했다.

늙은 마을 주민 “칼렌, 이 이방인을 마을 안으로 데려가 쉴 곳을 마련해주고, 우리 마을의 규칙을 설명해 주거라. 그리고 마을 원로들을 불러 모아라. 이 일을 논의해야겠으니.”

칼렌 “예, 촌장님.”

칼렌이라고 불린 청년은 여전히 김형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심한 듯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김형수에게 앞장서라는 듯 턱짓을 했다. 김형수는 칼렌의 뒤를 따라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흙먼지가 이는 비포장길을 따라, 작고 아담한 통나무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굴뚝에서는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멀리서는 가축 소리도 들려왔다.

김형수 “마을이라니… 정말이구나.”

마을의 풍경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원시적이었다. 전기도, 수도도, 그 흔한 유리창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몇몇 아이들이 낯선 그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빤히 쳐다봤다. 김형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아이들은 이내 뒤돌아 도망쳤다.

칼렌은 그를 마을 한쪽 구석에 있는 낡은 창고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창고 안은 짚으로 만든 침상과 작은 나무 탁자 하나가 전부였다.

칼렌 “일단 여기서 쉬어라. 촌장님께서 너를 부르시기 전까지는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김형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칼렌 씨.”

칼렌은 대답 없이 창고 문을 닫고 떠났다. 김형수는 창고 안에 홀로 남겨졌다. 그는 짚 침상에 주저앉았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자 극심한 피로가 다시 몰려왔다. 이제 더 이상 숲 속에서 혼자 밤을 새울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불확실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종족: 인간]`
`[레벨: 2]`
`[경험치: 15/50 (다음 레벨까지)]`
`[체력: 90/100]`
`[마나: 42/50]`
`[힘: 10]`
`[민첩: 8]`
`[지능: 15]`
`[운: 5]`
`[스킬 포인트: 1]`

체력과 마나는 약간 소모된 상태였다. 숲돼지를 잡아서 경험치를 조금 더 얻었고, 식량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스킬 포인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스킬을 올리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 혹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

김형수 “안전한 곳에 들어오긴 했지만… 이곳도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야. 그들이 날 믿을 때까지는 경계를 늦출 수 없어. 하지만 동시에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을 보여줘야 해.”

그는 ‘통찰’ 스킬을 사용해 창고 내부를 스캔했다.
`[낡은 창고]: 건축 자재 부족으로 허술하게 지어짐. 쥐구멍 발견. 틈새로 미약한 외풍 유입.`
`[짚 침상]: 낡고 건조함. 작은 벌레 서식 가능성 높음. 온기 부족.`
`[나무 탁자]: 오래된 나무로 제작. 표면에 흠집 다수. 간단한 물품 보관용.`

창고는 생각보다 아늑하지 않았다. 그는 마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칼렌의 경고를 떠올렸다. 아마 그를 감시하고 있을 터였다. 이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들의 지시를 따르며 순응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김형수 “마을…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 4화: 이빨 박힌 창, 숲을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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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는 동굴 깊숙한 곳, 샘물 옆 바위 틈에 기대어 짧은 잠을 청했다. ‘작은 불덩이’가 희미하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지만, 피로 누적으로 인해 스르르 눈이 감겼다. 꿈속에서도 그는 끝없이 숲을 헤매고, 괴물과 싸우는 악몽에 시달렸다. 버스 사고의 충격, 고블린과의 사투, 이세계라는 현실… 모든 것이 뒤엉켜 그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러나 그의 본능 깊은 곳에서는 ‘살아야 한다’는 강렬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다음 날 아침, 동굴 바깥은 여전히 낯선 숲의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김형수는 몸을 일으켰다.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맑은 샘물 덕분에 갈증은 가셨고, 어제보다 체력이 조금 회복된 것을 느꼈다. 상태창을 열어보니 체력은 90/100. 아직 배는 고팠다.

김형수 “식량… 무조건 찾아야 해. 굶어 죽을 순 없어.”

그는 어제 주워둔 나뭇가지를 쥐고 동굴 입구를 나섰다. 어두컴컴한 동굴을 벗어나자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숲은 여전히 울창했고, 알 수 없는 새소리와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그는 ‘통찰’ 스킬을 활성화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스킬 포인트 1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당장은 어떤 스킬이 더 필요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숲은 위험했지만, 동시에 생명의 보고였다. ‘통찰’ 스킬 덕분에 독성이 있는 식물과 먹을 수 있는 식물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눈에 띄는 식물들을 스캔했다.

`[숲딸기 덤불]: 새콤달콤한 열매가 열림. 독성 없음. 식용 가능. 생명력 미약하게 회복.`
`[뿌리 식물]: 땅속 줄기가 영양가 풍부. 삶거나 구워서 먹는 것이 좋음. 소화에 도움.`
`[매콤한 풀잎]: 향신료로 사용 가능. 고기 비린내를 잡는 데 효과적. 소량의 마력 잔류.`

김형수 “숲딸기? 뿌리 식물이라니… 다행이다.”

그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숲딸기를 따서 입에 넣었다.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며칠간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그의 위장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 뿌리 식물도 몇 개 캐내고, 매콤한 풀잎도 소량 채집했다. 이제 문제는 단백질이었다. 그는 ‘고블린의 이빨’과 ‘고블린의 가죽’이 여전히 인벤토리에 있었다. 이 이빨을 이용해 사냥에 쓸 만한 도구를 만들어야 했다.

김형수 “나뭇가지에 이빨을 박으면… 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적당히 단단한 나뭇가지를 찾아 끝을 날카롭게 깎았다. 비록 손으로 깎는 것이라 완벽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몽둥이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고블린의 이빨’을 꺼내들고, 바닥에 있던 돌멩이를 이용해 나뭇가지 끝에 박아 넣으려 시도했다. 쉽지 않았다. 이빨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나무는 질겼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빨 하나를 나뭇가지 끝에 간신히 박아 넣는 데 성공했다. 고블린 가죽을 찢어 만든 끈으로 대충 감아 고정시켰다.

김형수 “이 정도면… 쓸만하겠지.”

이제 그는 조잡하지만, 최소한의 창을 손에 쥐게 되었다. ‘초보 검술’ 스킬 덕분인지, 창을 쥐는 손에 어색함은 있었지만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는 숲 속을 더욱 깊이 들어가며 사냥감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덤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통찰’을 사용했다.

`[숲돼지 새끼]: 어미에게서 떨어진 어린 개체. 성격 온순. 공격성 낮음. 좋은 식량원.`

김형수 “숲돼지 새끼… 저거라도 잡아야 해.”

그는 조심스럽게 숲돼지 새끼에게 다가갔다. 새끼 숲돼지는 땅을 파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김형수는 숨을 죽이고 가장 적절한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온몸의 힘을 실어 창을 휘둘렀다. ‘초보 검술’ 스킬의 영향이었을까, 그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숲돼지 새끼는 맥없이 쓰러졌다.

`[숲돼지 새끼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5를 획득했습니다.]`
`[숲돼지 고기 (Forest Boar Meat) 2개, 숲돼지 가죽 (Forest Boar Hide) 1개 를 획득했습니다.]`

김형수 “하아… 잡았다…”

이번에는 지난번 고블린 때만큼의 공포는 없었다. 대신, 사냥에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는 숲돼지 고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동굴로 돌아왔다. ‘작은 불덩이’를 다시 피우고, 주변에 모아둔 나뭇가지들로 불을 지폈다. 따뜻한 온기가 동굴 안을 채웠다.

김형수 “이제… 요리할 시간인가.”

그는 숲돼지 고기를 나뭇가지에 꿰어 불에 구웠다. 고기가 익어가면서 고소한 냄새가 동굴 안에 가득 퍼졌다. 채집한 뿌리 식물도 불에 구웠고, 매콤한 풀잎으로 고기의 잡내를 잡았다. 단순한 구이였지만, 이세계에서 처음 맛보는 따뜻한 식사였다.

김형수 “크으… 이 맛이지.”

고기는 쫄깃했고, 뿌리 식물은 달콤했다. 매콤한 풀잎의 향이 더해져 환상의 맛을 냈다. 그는 허겁지겁 고기를 먹었다.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굶주림이 해소되자, 정신도 한결 맑아졌다.

***

배를 채운 김형수는 동굴에서 나와 다시 숲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식량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언제까지 이 동굴에만 숨어 지낼 수는 없었다. 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혹시 모를 마을이나 다른 생존자의 흔적을 찾아야 했다. 그는 동굴 주변을 중심으로 점차 활동 반경을 넓혔다.

‘통찰’ 스킬을 활성화한 채,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스캔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식물이나 바위가 아닌, 인위적인 흔적에 집중했다. 숲은 짙었고, 나뭇가지들은 마치 거대한 팔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된 나무의 껍질에 새겨진 희미한 표식이었다.

`[오래된 표식]: 칼로 새겨진 듯한 문양. 인간의 작업 흔적. 특정 방향을 지시하는 듯함. 약 50년 이상 경과.`

김형수 “이건… 사람이 만든 거야!”

김형수의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고블린을 죽였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흥분이었다. 희망이었다. 이세계에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는 표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숲은 여전히 울창했지만, 표식이 나타난 이후로는 왠지 모르게 길이 좀 더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표식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돌무덤처럼 쌓인 작은 바위 더미 위에 놓인 나무 조각이었다.

`[길 안내 목각]: 투박하지만 정교하게 깎인 나무 조각. 거주지의 방향을 지시. 외부인의 방문을 경계하는 문양 존재.`

김형수 “거주지! 마을이 있을지도 몰라.”

경계하는 문양이라는 정보에 잠시 주춤했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 혼자서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희미하게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기척도 느껴졌다.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며 표식을 따라갔다. 숲이 점차 옅어지고, 햇살이 더 많이 쏟아지는 개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수십 채의 통나무집과 진흙으로 지어진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주변에는 낮은 울타리가 둘러져 있었고, 밭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농작물을 가꾸고 있었다.

김형수 “마을… 진짜 마을이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현대 문명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곳에서 사람의 흔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세계의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적대적이라면? 그는 자신의 찢어진 양복과 엉망이 된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누가 봐도 수상한 이방인이었다.

마을 안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는 망설였다. 모습을 드러내야 할까? 아니면 좀 더 관찰해야 할까? 그의 눈은 마을의 풍경을 스캔하듯 훑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단순했고, 손에는 괭이나 삽 같은 농기구가 들려 있었다. 특별한 무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밭에서 일하던 한 노인이 고개를 들어 그의 쪽을 빤히 쳐다봤다.

늙은 마을 주민 “거기 누구인가? 왜 숨어 있는 겐가?”

노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숲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김형수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들켰다. 그는 더 이상 숨을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창을 꽉 쥐고, 나무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김형수 “저… 저는… 길을 잃은 여행자입니다.”

노인의 눈빛은 매서웠다. 밭에서 일하던 다른 주민들도 일제히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몇몇은 손에 든 농기구를 고쳐 쥐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김형수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명확히 인지했다. 이곳에서의 첫 만남이 그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터였다.

제 3화: 생존의 불꽃, 미지의 동굴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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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는 손바닥에서 피어난 ‘작은 불덩이’를 조심스럽게 동굴 바닥에 내려놓았다. 붉고 따스한 불꽃이 춤추며 주변의 어둠을 밀어냈다. 축축하고 차가웠던 동굴 공기가 불꽃의 온기 덕분에 아주 미약하게나마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피로감이 잠시나마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김형수 “휴… 좋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빛이 있으니…”

그는 바위 벽에 등을 기댔다. 방금 전까지 고블린과 사투를 벌였던 일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그의 손은 여전히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공포보다는 생존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 ‘생활 마법’ 스킬을 2레벨로 올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정화된 물’로 갈증을 해소했고, 이 ‘작은 불덩이’는 어둠 속에서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통찰’ 스킬을 사용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빛이 닿는 범위 내의 바위, 이끼, 심지어 공기 흐름까지 그의 시야에 정보창으로 나타났다.

`[동굴 벽]: 견고한 암석층. 미약한 철광석 성분 함유. 고대 생명체의 화석 잔류.`
`[희미하게 빛나는 이끼]: 특정 마력에 반응하여 발광. 식용 불가. 약한 독성 존재.`
`[동굴 공기]: 습하고 무거움. 환기 부족. 미약한 유독 가스(메탄) 검출.`

철광석 성분이나 고대 생명체의 화석 같은 정보는 지금 당장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끼는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었고, 동굴 공기마저 좋지 않았다. 숨쉬기가 조금 더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김형수 “문제는 역시… 식량인가.”

물은 ‘정화된 물’ 스킬로 당분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음식은 전혀 없었다. 버스 사고 이전의 마지막 기억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치킨이었다. 지금은 눈앞의 거친 이끼조차도 먹을 수 없는 처지였다. 며칠을 굶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인벤토리 창을 다시 열었다. ‘고블린의 이빨’과 ‘고블린의 가죽’. 이것들도 먹을 수는 없었다.

김형수 “무기나 방어구 재료라고는 하는데… 이걸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고블린의 이빨을 만져보았다. 날카롭고 단단했다. 이걸 몽둥이 끝에 박으면 좀 더 나은 무기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에게는 이빨을 가공하거나 다른 물건과 연결할 도구가 없었다. 망치나 끈 같은 기본적인 도구조차도 절실했다. 마치 현대 문명의 모든 편의가 사라진 원시 시대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평범한 회사원 김형수. 퇴근 후에는 드라마나 보며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이 낙이었다.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거나 동네 뒷산에 오르는 게 전부였다. ‘대리님’이라는 직함조차 버거웠던 그가, 이제는 괴물과 싸우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꿈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뺨을 꼬집었을 때의 통증은 너무나 생생했다.

김형수 “돌아갈 방법… 반드시 찾아야 해. 그러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의 마음속에 강한 의지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차분한 냉철함이 자리 잡았다. 내일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했다.

**첫째, 식량 확보.** 동굴 안에서 찾기 어렵다면, 결국 숲으로 나가야 한다. 숲 속에는 먹을 수 있는 약초나 과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위험도 함께 따를 것이다. ‘통찰’ 스킬을 활용하여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둘째, 안전한 은신처 확보.** 이 동굴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마물 서식 가능성 높음’이라는 메시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만약 더 깊은 곳에 강한 마물이 있다면? 아니면 다른 고블린들이 찾아올 수도 있었다.
**셋째, 전투력 강화.** 지금 그에게는 맨몸과 나뭇가지뿐이었다. ‘초보 검술’ 스킬은 있지만, 정작 검이 없었다. 최소한 고블린의 이빨을 이용해 날카로운 창이라도 만들어야 했다.

그는 ‘작은 불덩이’가 비추는 동굴 바닥을 응시했다. ‘작은 샘’이 있다고 했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샘물이 있다면 ‘정화된 물’ 스킬을 덜 사용하고 마나를 아낄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불꽃을 들고 동굴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기로 했다.

김형수 “작은 샘… 그걸 먼저 찾아봐야겠어.”

불꽃을 든 채, 그의 그림자가 동굴 벽에 길게 드리워졌다. 동굴의 안쪽은 바깥쪽보다 훨씬 더 어둡고 습했다. 그의 발걸음이 돌멩이와 흙먼지를 밟으며 미세한 소리를 냈다. ‘통찰’ 스킬을 계속 활성화하며 주변을 살폈다.

김형수 “뭔가 있어…”

그의 시야에 희미한 정보창이 나타났다. 조금 전보다 더 깊은 곳이었다.
`[작은 샘]: 깨끗한 지하수. 생명력이 미약하게 흐름. 주변 바위 틈에 미량의 광물성분 결정체 발견.`
`[동굴 박쥐 떼]: 휴식 중. 소리에 민감. 위협 감지 시 공격적 성향.`

김형수 “박쥐…?”

머리 위쪽 바위틈에 거꾸로 매달린 채 잠든 박쥐 떼가 보였다. 다행히 아직은 잠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숨을 죽이고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샘 쪽으로 다가갔다. 박쥐 떼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작은 불덩이’의 빛마저도 조심스러웠다.

마침내, 동굴 깊숙한 곳, 바위틈에서 맑은 물줄기가 졸졸 흐르는 작은 샘을 발견했다. 물은 투명했고, 바닥에는 깨끗한 모래가 깔려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손으로 물을 떠 마셨다. 차갑고 시원한 물이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정화된 물’ 스킬로 만든 물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마실 만했다.

김형수 “살았다… 적어도 물 걱정은 당분간 없겠어.”

물가에서 그는 주변 바위틈에 반짝이는 작은 결정체들을 발견했다. ‘통찰’을 사용했다.
`[미량의 마력 결정]: 마나를 미약하게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광물. 가공을 통해 마나 물약 제작 가능. 소량의 마력 잔류.`

김형수 “마나 결정? 이런 것도 있구나…”

그는 조심스럽게 몇 개의 결정체를 채집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차가운 기운과 함께 희미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했다. 당장 마나 물약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다시 박쥐 떼에게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돌아와 ‘작은 불덩이’를 내려놓았다. 이제 잠시 눈을 붙여야 했다. 내일을 위해서는 몸을 회복하고, 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고블린과의 전투, 이세계로의 전이, 스킬과 레벨…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이제 단순한 ‘대리 김형수’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행자 김형수’였다.

제 2화: 피로 새겨진 레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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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고블린 시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그를 죽이려 달려들었던 흉측한 괴물은 이제 피 묻은 몽둥이와 함께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돌멩이의 차가운 감촉, 그리고 둔탁한 타격감이 생생하게 뇌리에 박혔다. 그의 인생에서 누군가를 때려본 적도, 하물며 죽여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괴물을 죽였다. 그것도 이빨과 손톱 외에 어떤 방어 수단도 없는 맨몸으로.

김형수 “내가… 내가 고블린을 죽였어…”

목소리가 찢어질 듯이 갈라져 나왔다. 믿을 수 없는 현실, 그러나 너무나도 명백한 결과였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리고 앞으로 또 이런 일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여전히 발광하듯 뛰고 있었고, 귓가에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그의 셔츠는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엉망이 된 머리카락은 얼굴에 들러붙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서서히 몸의 떨림이 잦아들고,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생전 처음 보는 숲 속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해는 이미 중천을 넘어선 듯했으나,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마치 다른 세상의 색을 띠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당장이라도 또 다른 위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일단,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다. 몸을 숨기고,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곳.

김형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순 없어. 움직여야 해.”

쓰러진 고블린 시체는 이제 어둠 속으로 사라진 듯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는 사방을 경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숲은 낯선 소리들로 가득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알 수 없는 곤충들의 울음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위협으로 느껴졌다.

그는 ‘통찰’ 스킬을 다시 사용해보았다. 시야가 잠시 흐려지더니, 주변의 나무들과 덤불, 심지어 밟고 지나가는 돌멩이에도 정보가 나타났다.

`[미지의 덩굴]: 독성이 강함. 접촉 주의.`
`[울창한 관목림]: 은신에 용이함. 맹수 서식 가능성 있음.`
`[차갑게 식은 바위]: 표면에 이끼가 자생. 미약한 마력 흐름 감지.`

독성이 강한 덩굴을 피하고, 맹수 서식 가능성이 있다는 관목림은 조심스럽게 지나쳤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야에 희미하게 빛나는 동굴 입구 같은 것이 포착되었다. 바위와 덩굴로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다.

김형수 “저기… 저기가 괜찮을지도.”

그는 조심스럽게 동굴 쪽으로 다가갔다. 입구는 좁았지만, 안쪽은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통찰’ 스킬을 다시 한번 사용했다.

`[음침한 동굴]: 깊숙한 곳에 작은 샘 존재. 마물 서식 가능성 높음. 내부에서 미약한 기운 감지.`

마물 서식 가능성이라는 문구에 등골이 서늘했지만, 동시에 ‘작은 샘’이라는 정보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 목이 너무 말랐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숲 속에서 밤을 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동굴 안이 나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적어도 사방이 막혀있으니 뒤에서 기습당할 일은 없을 터였다.

김형수 “그래, 일단 들어가 보자. 조심하면서.”

그는 입구에서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검은 없었지만, 적어도 고블린의 몽둥이보다는 길었다.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은 예상대로 어두웠고, 축축한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습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동굴 벽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이끼들이 붙어 있어 아주 조금의 시야를 확보해주었다.

김형수 “휴… 아무것도 없네. 일단 여기로.”

동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바위 벽에 기대어 몸을 뉘였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자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이세계, 고블린, 스킬, 레벨… 평범했던 그의 일상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김형수 “대체 왜 이런 일이 나한테… 내가 뭘 잘못했다고…”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버스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있었을까? 아니, 애초에 그 사고가 이세계로 넘어오는 통로였던 것일까?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어느 것 하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그는 이제 이곳에 홀로 존재하며, 살기 위해서는 이곳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투명한 창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종족: 인간]`
`[레벨: 2]`
`[경험치: 0/50 (다음 레벨까지)]`
`[체력: 85/100 (피로 누적)]`
`[마나: 50/50]`
`[힘: 10]`
`[민첩: 8]`
`[지능: 15]`
`[운: 5]`
`[스킬 포인트: 1]`

레벨이 2가 되면서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가 늘어났다. 체력은 고블린과의 싸움과 이동으로 인해 소모된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킬 포인트: 1’이었다. 이 스킬 포인트를 어디에 사용해야 할까? 그는 스킬 창을 열었다.

`[스킬 목록]`
`[1. 통찰 (Insight) – 액티브 스킬]: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여 정보를 획득합니다. (쿨타임: 10초) [레벨 1]`
`[2. 생활 마법 (Basic Life Magic) – 액티브 스킬]: 아주 기초적인 생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 작은 불꽃, 물 한 잔) [레벨 1]`
`[3. 초보 검술 (Beginner Swordsmanship) – 패시브 스킬]: 검을 다루는 기본 능력이 향상됩니다. [레벨 1]`

각 스킬 옆에는 `[레벨 1]`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면 이 스킬들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것 같았다.
‘통찰’은 이미 유용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보를 얻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생활 마법’은 작은 불꽃이나 물 한 잔이라고 했으니, 어두운 동굴에서 불을 밝히거나 목마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보 검술’은 당장 검이 없지만, 전투 능력을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이니 나중에라도 유용할 터였다. 그는 고블린을 맨손으로 죽였으니, 이 스킬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형수 “하나를 올려야 한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뭘까? 정보? 아니면 안전? 아니면 기본적인 욕구 해결?”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둠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극심한 피로감, 그리고 타는 듯한 갈증이 밀려왔다. 동굴 안에는 작은 샘이 있다고 했으니, 물은 해결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둠? 혹은 더 많은 정보?

김형수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리고 언제 또 괴물이 나타날지 모르잖아. 일단 ‘생활 마법’을 올려서 빛을 확보해야겠어.”

그는 ‘생활 마법’을 선택했다. `[스킬 포인트 1개를 생활 마법에 사용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떠올랐고, 그는 ‘예’를 선택했다.

`[생활 마법 (Basic Life Magic) 스킬 레벨이 2로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능력: ‘작은 불덩이 (Small Fireball)’ 사용 가능. 마나 5 소모]`
`[새로운 능력: ‘정화된 물 (Purified Water)’ 생성 가능. 마나 3 소모]`

김형수 “오… 불덩이랑 물까지?”

생각보다 훨씬 유용한 스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작은 불덩이’는 전투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정화된 물’은 동굴 안의 샘물을 마시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즉시 ‘정화된 물’을 사용해보았다.

김형수 “정화된 물…”

마나 3이 소모되면서 그의 손바닥 위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점차 그 크기가 커지더니, 그의 손바닥 안에 한 모금 정도의 깨끗한 물이 생겨났다. 그는 망설임 없이 물을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의 감촉에 온몸의 갈증이 해소되는 듯했다.

김형수 “살 것 같네. 이걸로 일단 버틸 수 있겠어.”

그는 인벤토리 창을 열었다. 고블린을 잡고 얻은 아이템들이 보였다.
`[고블린의 이빨 (Goblin’s Tooth) 1개]`
`[고블린의 가죽 (Goblin’s Leather) 1개]`

그는 ‘통찰’ 스킬을 사용하여 ‘고블린의 이빨’에 집중했다.

`[고블린의 이빨 (Goblin’s Tooth)]`
`[설명: 날카롭고 단단한 고블린의 이빨. 무기 제작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음. 또는 가공을 통해 날카로운 도구로 활용 가능.]`

이어서 ‘고블린의 가죽’에도 ‘통찰’을 사용했다.

`[고블린의 가죽 (Goblin’s Leather)]`
`[설명: 거칠고 질긴 고블린의 가죽. 방어구 제작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음. 또는 얇게 가공하여 끈 등으로 활용 가능.]`

김형수 “무기나 방어구 재료라… 이걸로 뭔가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뭘 할 줄 알아야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웹소설 같은 이세계라지만, 갑자기 그에게 대장장이 기술이나 재봉 기술이 생길 리는 없었다. 하지만 재료가 있다는 것은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어쩌면 이 세계에는 이런 재료들을 가공해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다시 동굴 내부를 살펴봤다. ‘작은 불덩이’ 스킬을 사용해 볼 차례였다.
김형수 “작은 불덩이.”

마나 5가 소모되면서 그의 손바닥에서 주먹만 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동시에, 차가웠던 동굴 공기를 미약하게나마 데워주었다. 불꽃은 그의 의지에 따라 크기가 조절되는 듯했다. 그는 불꽃을 동굴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의 이끼들이 희미하게 타는 듯한 소리를 냈지만, 불꽃은 안정적으로 타올랐다.

김형수 “좋아… 이 정도면 밤을 새울 수 있겠어. 불꽃이 있으니 적어도 어둠 속에서 허둥댈 일은 없겠군.”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는 불꽃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더 이상 지친 회사원이 아니었다. 그는 이세계에 떨어진 생존자였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어쩌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도 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했다. 스킬을 활용하고, 정보를 얻고, 싸우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의 눈빛이 전과는 다르게 단단해졌다. 막연한 공포 대신, 생존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제 1화: 사고, 시스템, 그리고 첫 번째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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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9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김형수는 꽉 막힌 퇴근길 버스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넥타이는 이미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셔츠는 하루 종일 시달린 흔적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찌뿌둥한 어깨와 허리 통증은 마치 제2의 피부처럼 그를 감싸고 있었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아직도 대리 직함을 달고 있는 자신도, 끝없이 반복되는 회색빛 일상도 모두 지긋지긋했다.

김형수“젠장, 오늘도 편의점 도시락이냐?”

나지막이 중얼거렸지만, 텅 빈 버스 안에서는 그마저도 크게 울리는 듯했다. 아니다. 오늘은 특별히 할인하는 치킨 한 마리에 캔맥주 한 잔을 걸칠까. 그 작은 행복 하나가 그의 지친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낙이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기대감을 갖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위로가 되었다.

버스가 덜컹거리며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다. 그때였다. 갑자기 옆 차선에서 달려오던 트럭 한 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튀어나왔다. 굉음이 귓가를 찢고 들어왔다. “크아아악!”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형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 그리고 모든 것이 암전(暗轉) 되었다.

***

고요했다.
형수는 눈을 떴다. 온몸이 쑤시는 듯했지만, 의외로 고통은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기이한 침묵이 그를 압도했다. 방금 전까지 아비규환이었던 현실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진 공간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울창한 숲속이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낯선 색깔로 반짝였다. 공기는 깨끗했지만, 알 수 없는 흙냄새와 풀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평생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다.

김형수“여… 여긴 어디야? 내가 죽은 건가?”

목소리가 낯설게 갈라졌다. 손을 들어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멀쩡했다. 찢어진 양복 차림은 여전했지만, 출혈이나 골절 같은 심각한 외상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문드문 보이는 기괴한 형태의 풀들과 거대한 이끼 낀 바위들이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이질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그때, 눈앞에 투명한 창이 팝업처럼 떠올랐다.

`[환영합니다, 이세계의 여행자 김형수님!]`
`[당신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됩니다.]`
`[종족: 인간]`
`[레벨: 1]`
`[체력: 100/100]`
`[마나: 50/50]`
`[힘: 10]`
`[민첩: 8]`
`[지능: 15]`
`[운: 5]`
`[스킬 창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김형수“이… 이게 뭐야? 몰래카메라인가? 아냐, 이런 스케일의 장난은 불가능해…”

형수는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따끔했다. 꿈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세계? 레벨? 스킬?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현실 감각은 여전히 그를 붙잡고 있었다. 당황했지만,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더 강했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예’를 선택했다.

`[스킬 목록]`
`[1. 통찰 (Insight) – 액티브 스킬]: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여 정보를 획득합니다. (쿨타임: 10초)`
`[2. 생활 마법 (Basic Life Magic) – 액티브 스킬]: 아주 기초적인 생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 작은 불꽃, 물 한 잔)`
`[3. 초보 검술 (Beginner Swordsmanship) – 패시브 스킬]: 검을 다루는 기본 능력이 향상됩니다.`

형수는 스킬 목록을 훑어보았다. 통찰? 생활 마법? 검술?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에게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들이었다. 그나마 ‘통찰’이라도 쓸모 있을까 싶어 바로 사용해보았다. 시야가 잠시 흐려지더니, 주변의 나무들에 대한 정보가 작은 글씨로 나타났다.

`[늙은 느티나무]: 수명이 다한 나무. 마력 잔류 미미.`
`[이름 모를 약초]: 독성 없음. 식용 가능.`

김형수“세상에… 진짜로 다 보이는구나. 근데 이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절망감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덤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숨을 죽이고 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했다. 초록색 피부를 가진 작은 생명체가 덤불을 헤치고 나타났다. 키는 그의 무릎 정도였지만, 날카로운 이빨과 사납게 빛나는 붉은 눈이 섬뜩했다. 손에는 누가 봐도 급조한 듯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고블린이었다.

 

작은 고블린“크르르륵!”

고블린이 으르렁거리며 형수에게 달려들었다. 형수는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죽음의 위협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고블린의 몽둥이가 허공을 갈랐다.

김형수“젠장! 죽을 수는 없어!”

패닉 상태에서도 그의 뇌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스킬! 초보 검술! 비록 검은 없지만, 주먹이나 발로라도 싸워야 했다. 고블린이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자, 형수는 몸을 숙여 피하고는 무작정 팔을 뻗어 고블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지만, 고블린은 잠시 주춤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형수는 온몸의 힘을 실어 고블린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작은 고블린“크엑!”

고블린은 작은 비명과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형수는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주저 없이 돌멩이를 집어 들고 쓰러진 고블린에게 달려갔다.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채, 그는 돌멩이를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고블린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김형수“하… 하아… 하아…”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방금, 괴물을 죽였다. 그것도 맨몸으로.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죽음의 공포, 그리고 그것을 이겨냈다는 안도감이 뒤섞여 복잡한 감정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의 눈앞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2로 상승했습니다!]`
`[스킬 포인트 1을 획득했습니다.]`
`[고블린의 이빨 (Goblin’s Tooth) 1개, 고블린의 가죽 (Goblin’s Leather) 1개 를 획득했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고블린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작은 이빨과 가죽 조각으로 변했다. 형수는 그것들을 주워 들었다. 차가운 이빨과 거친 가죽의 감촉이 그를 현실로 붙잡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었다. 이곳은, 생존이 걸린 진짜 이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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