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포장마차 안, 희미한 등불 아래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묵탕 냄새가 퍼졌다. 친구 이진호는 이미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젓가락을 허공에 휘저으며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빈 소주병 다섯 개가 위태롭게 탑을 쌓았지만, 김형수의 맥주잔은 여전히 절반 이상 채워진 채였다. 그는 그저 물컵에 따라놓은 콩나물국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이진호 "야, 김형수! 너, 너 솔직히 말해봐. 너 진짜 사람 맞아? 넉 병을 넘게 마시는데 어쩜 얼굴색 하나 안 변하냐? 이거 반칙 아니냐? 너, 너 혹시 간이 무슨 ‘멀티버스 합금’으로 된 거냐? 응? 내일 병원 가봐, 꼭! 술이 안 취하는 것도 병이야, 병!"
김형수는 물잔을 내려놓으며 진호의 투박한 표현에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의 '초월적 존재' 스킬은 알코올 분자 하나하나를 '생체 에너지'로 전환하며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간이고 쓸개고, '멀티버스'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재창조된 몸이었다. 지구의 어떤 독성 물질도 그에게는 '맛의 재료' 이상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진호에게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형수 "하하, 진호야. 무슨 소리냐. 내가 술이 약해서 그런다. 이렇게 적게 마시는데 취하면 쓰나. 게다가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컨디션이 최고였어. 그래서 더 조심하는 중이다."
진호는 김형수의 어설픈 변명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이진호 "적게 마셔? 야, 지금 너랑 나랑 다섯 병째 마시고 있는데 적게 마셨다고? 이 자식이… 너 지금 나 놀리는 거냐? 야, 너 진짜 간이랑 위가 진화라도 한 거 아니냐? 내가 오늘 너한테 진짜 졌다! 진정한 승자다, 너!"
진호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체념한 듯 빈 소주병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김형수는 그런 진호의 모습이 어쩐지 애틋하게 느껴졌다. 이세계에서 수많은 종족과 문명을 통합하며 '궁극의 지배자'로 군림했지만, 이렇게 평범한 친구와 마주 앉아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는 순간이 주는 편안함은 그 어떤 권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마력'을 품고 있었다. 그의 체력은 더 이상 지구인이 아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저 '친구 김형수'이고 싶었다.
김형수 "진호야, 너도 적당히 마셔라. 과음은 '삶의 에너지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음 날 아침에 '두통의 마력 파동'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이진호 "야, 또 ‘마력 파동’ 소리 하네. 병원이나 좀 가봐라, 진짜. 너 요즘 말하는 거 보면 무슨 판타지 소설 작가라도 된 줄 알겠어. 하긴, 네가 하도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회사 사람들이 너한테 ‘미스터리 김’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더라. 김형수 이 AI 자식."
진호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김형수가 직접 만들어 건넨 콩나물국을 받아 마셨다. 김형수는 그의 '초월 약학' 스킬을 이용해 콩나물국에 미세한 '해독 마력'을 주입해두었다. 진호는 모르겠지만, 이 한 그릇의 콩나물국은 그가 내일 겪을 숙취의 고통을 절반으로 줄여줄 '치유의 물약'이 될 터였다.
김형수 "음… ‘미스터리 김’이라. 나쁘지 않은데? 어쨌든, 진호야. 나는 요즘 새로운 ‘식문화 탐방’에 빠져 있다. 특히 이세계에 있을 때 그리웠던 지구의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잊혀진 맛의 근원’을 탐구 중이지."
진호는 그제야 김형수에게 관심을 보였다. 술기운에 흐려졌던 눈빛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이진호 "오, 음식? 그거 좋다! 역시 너는 그런 게 어울리지. 그래서 뭘 찾아다니는데? 혹시 너도 그 ‘대동 맛 지도’ 같은 거 만들고 있냐? 아, 너 옛날에도 그랬지. 맛집 찾아다니는 거 좋아했잖아."
김형수는 눈을 감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이세계에서 '멀티버스 K-푸드'를 창조하며 수많은 종족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했지만, 정작 자신의 뇌리에는 늘 지구의 소박한 맛들이 '향수의 마력'처럼 아른거렸다. 특히 비 오는 날 어머니가 부쳐주시던 김치전,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먹던 뜨끈한 순대국밥, 그리고 옛날 분식집의 떡볶이.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추억의 기억' 그 자체였다.
김형수 "그렇다, 진호야. 나는 지금 ‘추억의 마력’이 담긴 음식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시골 장터 국밥’을 찾아 멀리 다녀왔지. 그곳의 국밥은 한 숟갈에 과거의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듯한 깊은 맛을 품고 있었다."
이진호 "시골 장터 국밥? 야, 너 또 오버한다! 국밥이 국밥이지 무슨 과거의 풍경이야! 근데 진짜 맛있긴 했나 보네. 너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니까. 그래서, 어땠는데?"
김형수는 눈을 번뜩였다. 그의 '마스터 셰프' 스킬과 '우주 근원 지식'이 활성화되는 순간이었다.
김형수 "그 국밥은… 단순한 국밥이 아니었다. 돼지 뼈를 고아낸 육수는 '생명의 정수'를 담고 있었고, 갓 지은 밥알은 '자연의 율동'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특히 그 안에 들어간 다진 양념은 재료들을 하나로 엮는 '화합의 마법' 그 자체였다. 모든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벽한 시너지를 이끌어냈지. 나는 그곳에서 ‘멀티버스 순대국밥’의 새로운 레시피에 대한 ‘창조적 영감’을 얻었다."
진호는 김형수의 현란한 설명에 입을 쩍 벌렸다. 그의 말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김형수가 음식에 대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었다.
이진호 "야, 그게 무슨 소리냐? ‘멀티버스 순대국밥’? 너 또 이상한 소리 한다. 그냥 맛있으면 맛있는 거지, 영감의 파동은 또 뭐야. 근데, 너 혹시 그 집 가서 레시피라도 물어본 거냐?"
김형수 "물어볼 필요까지는 없었다. 나의 ‘마스터 셰프’ 스킬은 모든 재료의 ‘에너지 파장’을 분석하고, 조리 과정의 ‘마력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 노점 할머니의 손맛에는 ‘수천 년의 지혜’가 응축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나의 ‘식재료 데이터베이스’에 완벽하게 저장했다."
진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김형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진호 "수천 년의 지혜를 데이터화? 야, 너 진짜… 오늘따라 더 심하네. 근데 왜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는 건데? 너 이미 요리 엄청 잘하잖아. 이세계에서 온 무슨 괴물 요리사 같은 거 아니냐?"
김형수 "괴물 요리사라… 하하. 진호야. ‘멀티버스 K-푸드’는 분명 위대하다. 하지만 지구의 음식에는 ‘향수’와 ‘공감’이라는 특별한 ‘마력’이 담겨 있다. 이 맛들은 내가 ‘초월적 존재’가 되기 전의 ‘인간 김형수’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이 맛들을 나의 ‘멀티버스 요리 레시피’에 융합하여, 지구와 이세계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식문화 통합’을 이루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궁극의 지배자’로서 내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문화적 창조’의 길이다."
진호는 김형수의 진지한 눈빛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김형수의 진심만은 느껴졌다. 어쩌면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초월적 존재’로서의 새로운 사명일지도 모른다고 진호는 막연히 생각했다.
이진호 "그래, 형수야. 네가 뭘 하든, 나는 네 편이다. 어차피 네가 만든 음식은 맨날 맛있으니까, 언젠가 그 ‘멀티버스 국밥’인가 하는 것도 한번 맛보여줘라. 그리고… 너무 힘들면 나한테 말하고. 너 요새 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너무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라, 새꺄."
진호의 따뜻한 말에 김형수의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그는 ‘멀티버스 동맹’의 모든 대표자들을 움직이는 ‘궁극의 지배자’였지만, 진호의 단순한 위로는 그의 모든 고뇌를 잠시 잊게 할 만큼 강력한 ‘치유 마력’을 품고 있었다. 김형수는 진호의 빈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주었다. 이번에는 그도 잔을 들었다.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지는 않겠지만, 이 순간의 감정만큼은 진심이었다.
김형수 "고맙다, 진호야. 너의 ‘따뜻한 공감 마력’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나의 ‘멀티버스 동맹’에 너와 같은 ‘진정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이 한 잔, 우리의 우정을 위해."
김형수는 잔을 비웠다. 그의 속은 여전히 뜨거워지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만은 이 밤의 온기와 친구와의 우정으로 가득 차는 듯했다. 그의 지구 적응기는 이제 새로운 차원의 ‘문화 융합’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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